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독이 될 대형 스토리

10대였던 내가 마블이 영화 계획을 처음 보았을 때 영화를 만화처럼 만들 것이란 기대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첫 영화 아이언맨을 보고 확실해졌었다. 시간이 흐르고 큰 프로젝트가 벌써 두번째로 끝나가는 시점이 되자 영화를 만화처럼 만들고 있는 마블의 모습에 어느 순간 기대보다는 우려가 들기 시작했다. 영화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영화는 정말 완벽하다. 산만하긴 했지만 너무나도 완벽해서 훗날이 걱정된다.

미국의 만화 시스템을 보자면 거대한 세계관 하나에 여러 만화들이 존재한다. 커다란 스토리 얼개에 작은 이야기가 여러개 아니면 각 캐릭터들마다 큰 이야기 몇개가 타이-인 방식으로 묶여서 스토리를 촘촘하게 이어나간다. 물론 이 타이-인 만화나 다른 시리즈들에서 약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설정 오류가 발생하지만 왠만한 큰 스토리는 가장 가운데 편집부에서 회의를 통해 결정이 된다. 지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제작방식에서는 스튜디오가 이 편집부의 일을 맡고 작가와 화가들에게 만화를 맡기듯 감독과 스텝들에게 영화를 맡기는 것이다. 그러기에 하나의 스토리를 여러 영화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은 좋은걸까?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장점은 이 많은 영화들이 하나로 묶어진다는 것이다. 해리포터는 세 명의 주인공으로 같은 시리즈를 7편 끌어나간다. 하지만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그때 그때 다른 주인공들이 각자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다가 하나의 이야기로 한번씩 정리를 해준다. 그런 식으로 영화를 모두 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면 ‘아하!’하며 깨달음과 함께 오는 즐거움을 자극하는 장사방법은 만화에서 영화로 넘어온 좋은 점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단점이 발생한다. 더 큰 그림을 위해 작은 그림들이 희생된다는 거다. 물론 이 작은 그림들이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예시로 아이언맨 2를 보자. 영화 내에 등장했던 위플래시와 워머신, 블랙 위도우 그리고 드론들의 전투씬은 아주 멋졌다. 하지만 아이언맨 2는 결국 어벤져스와 캡틴 아메리카, 토르를 위한 예고편이었다. 계속 영화 내에서는 어벤져스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었고 중간과 끝에서는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떡밥이 던져졌다. 그래서 그런지 내 입장에서 영화의 전개보다는 자꾸 다른 것들이 보여 아이언맨 2 에서는 1편을 볼 때 보다도 집중력이 떨어졌다.

이런 문제들은 절대 감독의 문제가 아니다. 욕심이 많은 스튜디오의 문제다. 스튜디오는 어벤져스같은 더 큰 영화를 많이 팔아야 하기에 작은 영화에 더 많은 떡밥을 뿌리기 위해 여러가지 편집을 가미할 것이다. 분명 감독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스튜디오에서는 장기적 플랜을 위해 제작 과정에 더 많은 요구를 한다면 분명 이로 인해 의견 차이가 발생한다. 아마도 자기 주장이 강한 감독들과 마블이 갈라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감독이 그 뜻을 완전히 접어버린다면 아이언맨 2와 비슷한 결과물이 나와 버릴지도 모른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1편과는 다르게 큰 스토리를 담당한다. 테서렉트라는 한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던 어벤져스와는 다르게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쉴드 붕괴와 아이언맨의 PTSD 등 이전 영화들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꾸준히 조금씩 풀려나왔던 인피니티 스톤이라는 물건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나갔다. 이야기의 마무리 지점과 시작 지점을 동시에 맡는 다리 역할을 맡아 대단한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게 완벽했던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너무나도 완벽한 나머지 너무 가득차 버렸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풀어나갈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빈 칸은 없지만 매우 바쁜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어벤져스의 세번째 시리즈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다. 이번에는 시간 부족의 문제를 두개의 파트를 나누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정리해주었으면 한다. 일단 인피니티 워가 기대를 받고 있는 이유는 흑막인 타노스가 어벤져스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까지 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인피니티 워에서 마무리 되어야한다. 타노스가 살아남아 어벤져스에게 복수를 하러 지구를 바로 다시 찾는다면 팬들이 떨어져나가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이후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라면 Phase 3에서는 조금씩 타노스가 아닌 새로운 악당의 모습을 보여주며 Phase 4를 준비해주거나 아니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떠나 갈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한계치에 다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인피니티 워도 이정도의 이야기를 뽑아주었으면 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악당을 위한 공간까지 끼워넣는다면 영화가 두가지 파트로 나누어지는건 미뤄두고 생각하더라도 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져 더욱 더 산만해 질 것이다. 마블은 만화 시스템을 영화로 끌고 온 성공적인 예를 보여줬다. 하지만 욕심 많은 마블의 대형 스토리는 커지면 커지지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스케일을 더 키우기 전에 어느정도 교통 정리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나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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