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코믹스의 의도치 않은 깽판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를 받고 싶다면 사용하는 방법 중 몇년 전 부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직접 투자를 받아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고 투자해준 이들에게 자신들만에 방법으로 이를 보답하는 것이다. 실제로 크라우드 펀딩은 영화 투자에도 제품 제작에도 이용되는 등 꽤 괜찮은 이미지를 만들며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물론 만화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에서는 개인 만화가나 인디 만화팀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고 국내에서는 마사토끼 작가의 “맨 인 더 윈도우” 프로젝트 같은 경우가 있었다. (현재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그래픽 노블의 한국 발매 프로젝트가 텀블벅에서 진행중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하시라)

아치 코믹스도 이런 열풍에 힘입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몇년 전부터 아치 코믹스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오고 있었다. 케빈 켈러라는 새 캐릭터의 투입이라거나 Afterlife with Archie 같은 장르 변화등 다른 회사 입장에서는 쉽겠지만 자신들에게는 어려울 듯 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와 도전은 꽤 괜찮은 반응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아치 코믹스에서는 그 도전의 일환으로 리런치를 기획중이다. 그리고 이 리런치를 위해 새로운 제작진을 모았다. 새로운 계약을 맺은 제작진들이 이미 제작에 돌입했고 스토리는 연재가 될 예정이다. 다만 조금 더 빨리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던 아치 코믹스는 스케쥴의 단축을 위해 계약 잔금을 처리하고자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참고로 지원을 받는 라인업은 칩 다스키의 저그헤드, 아담 휴즈의 베티 앤 베로니카, 댄 패런트의 라이프 위드 케빈 켈러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결국 비난을 받고 말았다. 계약 금액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계약한 제작진들을 공개했고 목표 금액으로 인해 그들의 계약금액이 어느정도 추측 가능하도록 만들어버렸다는 비난과 지금 이건 돈이 없다는 구걸이냐는 비난도 함께 받았다. (물론 킥스타터에는 “여긴 구호단체가 아니다.” 라는 안내 조항이 있다.) 결국 아치 코믹스는 이런 비난으로 인해 자신들의 펀딩 프로젝트를 닫아버렸다.

구걸이냐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그건 구걸이 맞다. 이슈를 상태에 대한 말로는 아치 코믹스의 이슈는 재질도 크게 좋지 않으며 광고로 도배되어있다고 한다. 즉 재정상태가 썩 좋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다. 재정상태가 좋지 않지만 그들이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하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킥스타터는 그들보다 더 큰 도전을 하는 인디 만화가들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치코믹스의 도전은 응원할만 하다. 하지만 인디 만화가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들 사이에서 “아담 휴즈의 만화를 지원해주세요!” 같은 프로젝트가 존재한다면 큰 피해가 갈 것이다. 어쩌면 이들은 이 제작진을 이용해 돈을 벌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팬들이 이를 기업의 깽판으로 받아들이고 비난하는 일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초호화 제작진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방법은 전통적인 방법이 있다. 스케쥴 대로 이슈를 내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자연스레 제작진을 보고서라도 보기 시작하는 독자층과 스토리에 이끌려 보게 되는 독자층이 생길 것이다. 좋은 작품에는 많은 돈이 모일 것이고 그렇다면 굳이 그들이 계약 잔금은 고민하지 않더라도 시리즈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 트이게 된다. 그 예로 좋은 것이 워킹 데드다. 드라마가 한번 뜨고 나니 사람들이 읽기 시작하고 그러다보니 이젠 주간 연재도 하고 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이야기지만 기획하고 있는 리버데일의 드라마가 잘 된다면 리런치에 맞춰서 아치 코믹스의 만화들 역시 잘 팔릴 것이라 생각한다.

아치 코믹스는 일단 자신들의 리런치 플랜을 그대로 이어나간다고 한다. 일정을 앞당기기에는 실패했지만 저그헤드를 출판하고 이후 나머지 두 시리즈를 천천히 시간을 보며 내보내기로 결정했다나.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돈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워너나 디즈니처럼 거대한 모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 이슈에 많은 광고를 실을 수 밖에 없고 종이나 잉크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모회사가 없기 때문에 제작과정에 대한 간섭은 적고 스토리의 질은 떨어질 염려가 없다. 그렇기에 더 많은 도전들을 하는데 돈 이외의 장애물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도전들이 쌓이고 좋은 반응들을 더욱 모은다면 더 이상 그에 대한 고민을 할 염려는 줄지 않을까.

지금도 많은 이들이 아치 코믹스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다만 이들이 시장 점유율을 따졌을때 약자에 위치하고 있다는 입장에서 옹호하는 의견엔 동의할 수 없다. 시장에서의 위치는 시장에서의 위치다. 시장에서의 위치가 약자라고 해서 더욱 약자인 이들이 활동하는 곳에서 깽판치는 행위를 옹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들도 그에 대해 깨닫고 그만두기로 마음먹었기에 이번 실수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 되더라도 꾸준히 언급될 것이다. 생각난 김에 애프터라이프 위드 아치나 한권 구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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