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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욕으로 탄생한 불친절한 영화 | [헬보이] (2019)
    리뷰 2019.04.13 01:14

    원작을 따로 가지고 있는 영화는 이미 증명이 된 좋은 스토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헬보이]는 그런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려 시도했다. 영화는 만화와 달리 차별점이 필요했고 제작진은 호러를 택했다. 그렇게 탄생한 19세 이용가 호러 액션 영화는 매우 불친절했다.

     

    헬보이 (데이빗 하버)는 세계 최고의 초자연현상 수사관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에 갔다가 세계 종말을 막는다. 아주 짧게 요약하면 이렇게 되지만 영화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들어가있다. 주 스토리로 단행본 세 권 짜리 스토리 아크를 사용했고 영화 중간중간 들어간 에피소드만 세 개가 넘는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한 순간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사람이 배반을 하고 주인공에게 원한이 있다는 악당이 나타나 복수를 계획하며 갑자기 조력자가 등장하며 끊임없이 주인공이 모르던 비밀들이 밝혀진다. 누워서 쌓아놓은 만화책 여러 권을 촤르륵 넘겨가며 읽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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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다른 분위기를 가진 이미지 세 개가 영화 2시간 짜리 한 편에 나온다. (이미지 출처 : Lionsgate)

    거기다 제작진은 자신들이 차별점으로 선택한 ‘19세 이용가’ + ‘호러 액션’을 만들기 위해 이전에 개봉한 19세 이용가 영화를 너무나 의식한 듯하다. 헬보이는 만화와 달리 쉴 새 없이 실없는 농담을 한다. 단순히 최근 히어로 영화들이 가진 공통점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틈만 나면 목적을 알 수 없는 쌍욕과 함께 나오는 욕설은 상황에 맞는지도 모르겠다. 헬보이가 만화에서도 그런 캐릭터라면 이해는 하겠지만 영화 내내 헬보이가 보여주는 태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호러 역시 마찬가지다.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잔인한 장면을 매우 사실적으로 오래 그려준다. 빠르게 흘러가는 영화에서 잔인한 묘사를 아주 길게 보여주니 영화를 보고 나와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 역시 피칠갑된 사람뿐이었다.

     

    그나마 사소하게 바꾼 요소 덕에 영화를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만화에서 헬보이와 접점이 거의 없던 벤 다이미오가 함께 활동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이 역시 만화를 읽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이다. 차라리 이 설정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 수를 줄이고 각 분량을 길게 만들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헬보이]는 가능한 많은 에피소드를 넣겠다고 과욕을 부려 일으킨 참사다.

    방법은 잘못됐지만 일단 [헬보이]는 모든 재료를 쏟아부어 일단 원작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보여줬다. 헬보이가 하는 모험보다도 세계관 자체가 가지고 있을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이 간다. 헬보이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고 싶다면 원작이 가진 세계관을 활용해 초자연 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영화로 만들라고 전하고 싶다.

     

    헬보이가 리부트 된다는 사실을 발표할 때만 해도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는 확신에 차있었다. 자신은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제작에 관여하지 않으며 제작진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새 영화는 헬보이 유니버스를 만들 호러 액션 영화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하고 처음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미뇰라는 태도를 바꿨다. 이번 영화가 이전과 다르게 원작 내용과 가깝다 언급했고 헬보이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확실하지만 희망은 남아있다는 다소 기운이 빠진 듯한 답을 남겼다. 이미 실패했다고 단념한 것일까. 헬보이 세계관은 포기하기에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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